아브라함의 소명 (김희보 前 총신대 신대원 교수)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창세기 12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창세기를 읽는 자는 누구나 그 안에서 인류의 3대 조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인류의 첫조상 아담이요, 둘째는 홍수의 심판후 새 시대의 첫조상이 되는 노아요, 세째는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들의 첫조상이 되는 아브라함이다. 그런데 창세기에서 가장 세밀하게 기록된 사건들은 그 세번째 부분이다.
창세기는 전체가 50장으로 되어있는데 그 전체의 3/4은(12장-50장) 아브라함과 그 가정 즉 이삭과 야곱과 그 아들들에 관한 기록이다.
이제 그러한 아브라함에 대하여 두가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먼저는 그가 어떠한 시대, 어떠한 환경에서 부름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요, 다음은 그가 당한 첫시험에 대해서이다.
1. 아브라함의 시대와 환경
아브라함이 부름을 받은 것은 바벨탑이 무너진후 인간의 언어가 혼잡하게 흩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성경의 연대를 살펴보면 노아의 연대가 주전 3,000년전이요, 아브라함은 주전 2,000년대가 된다. 그런데 그 뒤 중간 시대에 바벨탑을 쌓았던 기록이 있다. 이미 바벨탑 시대에 벌써 달과 별을 숭배하는 우상종교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고고학의 자료에 의하면 바벨탑이 무너진후 가는곳마다 작은 탑들을 쌓고 그 정상에는 월신(NANNA신)을 섬기는 제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탑들을 찌그랄(Ziggrat)이라 불렀는데 그 뜻은 거룩한(혹은 높은) 제단이라는 말이다. 이런 것들을 미루어 생각해본다 할지라도 아브라함 시대에는 벌써 우상종교가 크게 성행했던 때였을 것임을 생각할수 있다.
사실 성경 여호수아 24:2에 보면 "여호수아가 모든 백성에게 이르러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옛적에 너희 조상들 곧 아브라함의 아비 데라가 강 저편에 거하여 다른 신들을 섬겼으나 내가 너희 조상 아브라함을 강 저편에서 이끌어 내어....."하신 말씀에서 보듯이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와 그 가정들은 열심히 우상을 섬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고고학의 다른 자료에도 주전 2,000년전 아브라함 시대의 문화와 더불어 그때 벌써 우상종교가 얼마나 성행하였던가를 보여주는 것들이 남아있다. 그중의 하나는 그 당시의 집터의 유적들이다. 아브라함 시대 이전에 벌써 높은 바벨탑을 쌓으리만큼 그 당시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거니와 아브라함 시대에도 건축기술은 상당히 발달하여 있었다. 갈대아 우르 지방에서 발굴된 아브라함 시대(주전 2,000년전) 집터들의 고고학적 자료에 의하면 그때의 집들은 벌써 구운 벽돌을 사용했었고 보통 집(가정)들은 2층이 없는데 10개 내지 20개의 크고 작은 방들이 있었다. 살림방들은 윗층에 있었고 부엌과 빨래터 같은 것들은 아래층에 있었는데 그 맨 뒷방에는 반드시 우상의 제단을 둔 골방이 있었다. 이만큼 그들은 우상숭배에 열심이었다. 또 그밖에도 당시 아이들이 배우던 학교터에서는 기하학의 도형들과 토판에 새겨진 구구법과 그들의 상형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 모든 자료들을 감정한 그 결론은 즉 아브라함의 고향인 갈대아 우르 지방의 문화는 그 시대에 벌써 상당한 수준에 있었고 그들의 물질생활의 수준도 유복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영적으로는 우상종교의 암흑시대요 크게 부패한 시대였던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아브라함의 고향 땅의 이름 우르는 그 명칭 자체가 본래 빛 혹은 불이란 말로써 그것은 불을 숭배하는 우상종교의 의식에서 생겨진 말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것은 어떠하든간에 앞서 인용한 여호수아의 말만 보더라도 그 시대는 우상을 지극히 섬기던 타락한 시대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환경에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 시대가 전혀 하나님을 모르는 시대는 아니었다. 성경 연대를 잘 살펴보면 아브라함이 어린 시절에 노아는 아직 살아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창세기 9:28에 기록된대로 노아는 홍수후에도 350년을 더 살았다고 했다. 노아 시대도 여호와 하나님을 알기는 알았으나 그 하나님을 배반했던것 같이 아브라함 시대도 그러했다.
로마서 1:21에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하신 말씀 그대로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배반한 시대였다.
그러한 환경중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섬긴 사람이었다. 죄악이 관영했던 그 시대에 노아를 불러 방주를 짓게 하시던 하나님께서는 또한 아브라함을 불러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케 하셨던 것이다.
2. 아브라함의 가나안 도착과 그의 첫시험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아 하란을 떠날때의 그 나이는 75세였다(창12:4).
그런데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전에 벌써 고향을 떠나서 가나안으로 갈 생각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성경에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어도 그것은 하나님의 어떠한 감화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창세기 11:31에 "아브라함은 그 아버지 데라와 그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더불어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에 가고자 하더니 도중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하였으며..." 했다. 이처럼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을 향하여 가려했으나 도중 하란에 머물고 만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아버지 데라 때문이었을 줄 안다.
그는 육신의 아버지 때문에 가나안 땅과 고향 땅 우르의 중간 지점인 하란에서 망서린 줄 안다. 늙은 아버지를 봉양할 것인가, 버리고 갈 것인가? 이것은 우리에게 큰 시험이 생겼을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가? 오직 고요히 기다리며 기도할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께서는 이루어 주신다. 비록 더디더라도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아브라함은 하란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때는 왔다.
사도행전 7:4에 "아브라함이 갈대아 땅을 떠나 하란에 거하다가 그 아비가 죽으매 하나님이 그를 거기서 너희 시방 거하는 이 땅(가나안)으로 옮기셨느니라" 하신 말씀이 있는데 이 말씀 그대로 하란에서 그 아버지 데라가 죽으므로 아브라함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때에 비로소 여호와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너희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 하셨다. 그런데 히브리 11:8에 보면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을 때에...갈바를 알지 못하고 갔으며..." 했다. 여기에서 어떤 분은 의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창세기는 분명히 하나님의 [지시하는 땅] (가나안을 가리킴)이라고 했었는데 히브리 기자는 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갔다고 했을까? 그러나 이것은 서로 모순되는 말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자기의 가는 목적지가 가나안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벌써 가나안으로 가려는 마음으로 하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아니가(창11:31 참고) 그러나 목적지가 분명하다고 해서 가는 길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나안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어떤 길로 가야할지 몰랐으나 히브리서의 말씀대로 믿음으로 그 길을 떠났던 것이다. 험준한 산을 넘어야 했고 깊은 강(유브라데)을 건너야 했다. 그러한 길을 그는 믿음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 믿음은 이루어져서 그는 드디어 가나안 땅에 이르렀다. 그러나 슬프다! 가나안 땅이 그를 기다리지는 않았다. 사도행전 7:5에 보면, "그러나 거기에서 발 붙일만큼도 유업을 그에게 주지 아니하시고..." 했음을 본다.
낯설은 그곳에 무서운 기근이 들었다. 살 길이 막연했다. 문자 그대로 발 붙일 곳이 없었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닥친 큰 시험이었다. 그는 이 시험을 어떻게 이겼어야 했었을까? 오직 믿음으로 참고 견디며 기다렸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슬프게도 창12:10에 보면 "애굽으로 떠나갔다"고 했다.
성경에 애굽이란 말이 여기에 맨 처음 나온다. 애굽은 구약 성경에 흔히 혈육의 나라 우상의 나라로 대표된다. 그러므로 이사야 31:1에 보면 "도움을 받으려고 애굽으로 내려가는 자들은 화 있을찐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아내와 롯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다. 만일에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가 아니었더라면(창12:17 참고) 그는 거기에서 아내를 잃어버렸던가 또는 자기의 생명을 잃었을뻔 했었다(창12:12-20 참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불쌍히 여겨서 다시금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소유까지도 풍성케 했다(창13:16). 하나님께서는 자기의 택하신 백성을 돌보심이 이러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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