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으로보는 성경 - 역대상 ①

역사를 주관하는 이는 오직 하나님
역대기는 포로지에서 돌아온 하나님 백성이 나라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그들은 황폐해진 땅과 성전을 바라보며, 다윗 왕가를 영원하게 해 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했다. 하나님만이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깨달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나열된 족보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드러낸다.

역대상 한눈에 보기

본문 1~10장 11~29장
1:1~4:43 5:1~6:81 7:1~9:34 9:35~
10:14
11:1~
12:40
13:1~
16:43
17:1~27 18:1~
20:8
21:1~30 22:1~
29:30
요점 족보, 아담에서 사울까지 다윗의 통치
아담에서 유다까지 요단 동편 지파들과 레위 자손 요단 서편 지파들과 귀환한 백성 사울의 족보와 죽음 다윗의 즉위 언약궤 이동 다윗
언약
다윗의 승리 인구
조사
성전건축 준비
연대 주전 5세기경, 유다 백성이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후다. 분류 성문서, 역사서
저자 전통적으로 에스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 확실한 것은 저자가 제사장이고, 성전과 제사장직을 유난히 강조한다는 점이다.
목적 역대기는 아담을 필두로 한 인류의 계보로 시작된다. 포로기 이후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인류의 시초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지파별 족보가 소개되는데, 그중 유다 지파의 다윗 가문이 특히 강조된다. 한편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에 대한 관심으로 제사장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레위 지파도 주목받는다. 이는 역대기 족보 중에 레위 지파 명단이 가장 길다는 데서 확인된다. 이스라엘이 존망의 기로에 선 시점에서, 역대기는 이스라엘의 과거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들이 바벨론에서 포로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잊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언약을 지키셨다. 그러므로 과거 다윗의 후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예루살렘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대기의 강조점
역대기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에 기록된 다윗과 솔로몬의 약점이나 허물을 상당수 기록하지 않고 그들의 치적을 극대화해 기록한다. 역대기는 왕들의 객관적 평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서 필요한 사건만 취사선택해 강조점과 기록 의도를 분명히 했다. 역대기가 기록될 당시 백성은 포로 생활에서 돌아와 나라 재건의 과제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하나님 나라의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부각함으로 백성에게 소망과 용기를 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족보, 아담에서 사울까지(1~10장)

족보의 나열은 유다 지파에서 나게 될 다윗을 향해 진행되고, 특히 하나님 성전을 섬기는 레위 지파를 부각하면서 대제사장 아론의 자손들에게 주목한다. 지리적으로는 예루살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담에서 아브라함을 거쳐 다윗까지 내려온 족보는 남 유다가 멸망한 후에도 끊어지지 않는다. 포로지에서 돌아온 이들이 족보에 연결됨으로써(9장), 포로 기간에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섭리가 지속되었음을 보여 준다. 아브라함에서 다윗을 거쳐 그 후손에 이르는 계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 1장)에 반영된다. 하지만 역대기에서 제시하는 족보를 실제 혈통으로 보기는 어렵다. 필요한 인물들이 선별적으로 기록되었고, 특정 인물들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아담에서 유다까지(1:1~4:43)

역대기는 첫 사람 아담부터 족보에 등장시킨다. 아담에서 에서와 야곱(이스라엘)까지 이어진 계보는(1장) 야곱의 아들 유다에게로 이어지고(2장), 그 족보 끝에 다윗과 다윗의 자손들이 등장한다(3장). 그리고 다윗 가문을 제외한 유다의 다른 자손들과 시므온 자손들 이름이 그 뒤를 잇는다(4장). 역대기는 다윗 왕가만이 하나님께 택함받은 정통성 있는 왕가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요단 동편 지파들과 레위 자손(5:1~6:81)

이스라엘은 열두 지파로 이루어진 나라였다.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이들의 본류는 유다 사람이다.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는 어떻게 됐을까? 앗수르의 지배를 받았던 북 이스라엘 지파들도 여전히 유다 민족과 같은 민족일까? 족보에 이어지는 내용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것인 듯하다. 요단 동쪽에 자리 잡았던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반 지파 자손들에 이어(5장), 레위 자손들이 소개된다(6장). 레위의 족보는 전체 족보에서 가장 분량이 많으며,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포로 귀환 이후 예루살렘에 정착한 이들도 대부분 레위 사람들이고(9:10~34), 다윗이 성전 건축을 준비하는 내용에서도 레위인은 직무 때문에 등장한다(23:1~24).

 

요단 서편 지파들과 귀환한 백성(7:1~9:34)

족보의 나머지 내용은 북쪽 지역에서 살아남은 잇사갈.베냐민.납달리 자손들, 중앙 지역에서 살아남은 므낫세.에브라임.아셀 자손들이다(7장). 베냐민 자손들의 족보가 다시 반복되는 것은 다윗 이전에 초대 왕이었던 사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8장).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백성 가운데 예루살렘에 정착해 살았던 이들의 명단이 뒤이어 나온다(9장). 국가 재건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성전을 위해 일한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느디님 사람들 외에 유다와 베냐민과 에브라임과 므낫세 자손들이 이어서 소개된다. 무너졌던 성전 재건은 과거에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하신 하나님이 다시 나라를 세우시리라는 표식이다. 예루살렘에 정착한 사람들의 명단은 예루살렘의 건재를 보여 주는 증거다.

 

사울의 족보와 죽음(9:35~10:14)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족보 끝부분에 사울의 족보가 나온다. 베냐민 자손들의 족보가 나오는 8장이 아니라, 9장에 사울의 족보가 기록된 것은 사울의 죽음과 다윗의 즉위를 연결해서 설명하기 위함일 것이다(삼상 31장). 역대기는 사울이 죽은 원인에 대해 '여호와께 범죄하였기 때문'(10:13)이라고 못 박는다. '말씀 청종'은 이방 땅에서 오랜 세월 지내며 이방 풍속에 물든 이들이 하나님 백성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또한 사울은 블레셋과 전쟁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 하나님이 침묵하시자 자신이 쫓아내고 금지했던 신접한 여인을 찾아가는 죄를 범한다(삼상 28장). 이에 역대기 기자는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였으므로'(10:14) 하나님이 그를 죽이셨다고 명시한다.

 

 

다윗의 통치(11~29장)

다윗의 즉위(11:1~12:40)

사울이 죽고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 예루살렘 곧 여부스로 나아간다. 다윗의 즉위 기사에 이어 다윗을 도운 각 지파 용사들의 명단이 나오는 것은, 다윗이 왕위에 오르는 데 이 용사들의 공로가 컸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약궤 이동(13:1~14:17)

다윗은 기럇여아림의 아비나답 집에 있던 하나님의 궤를 다윗성으로 옮기려 한다. 하지만 웃사가 하나님의 법도를 어기고, 흔들리는 궤를 붙들다가 죽고 만다. 하나님의 궤는 오벧에돔의 집에 석 달을 머문다(13:13~14). 이 내용에 이어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온다(14장). 얼핏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적으로 궤를 옮기는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함인 듯하다.

 

역대상 길라잡이 ①

역대상을 이해하는 열쇠, 다윗의 인구 조사

김수정 LA미성대학교 (America Evangelical University) 구약학 교수

 

첫 장부터 9장까지 계속되는 이름들, 낯선 이름들에 치여 한숨부터 쉬게 되는 책, 이것이 역대상의 첫인상이다. 어떤 학자들은 역대기가 하나님의 은총이 다시 이어지기를 갈망하는 바벨론 포로 귀향민을 위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꿈에 그리던 고국 땅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발을 디딘 귀향민, 그들을 어색하게 맞이하는 그 땅에 남아 있던 백성.... 왕도 없고 성전도 없어 실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역대상은 하나님이 다윗에게 허락하신 나라를 얼마나 아끼셨고, 그들과 함께 성전에 거하기를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보여 주며, 그 사랑이 면면히 계속될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해 쓰인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대상에는 북 이스라엘의 악한 왕들도, 밧세바 사건도, 왕자들의 난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 다윗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다윗의 인구 조사, 왜 문제인가?

그런데 역대상을 읽어 나가는 도중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21장 다윗의 인구 조사 이야기다. 요압의 만류에도 인구 조사를 감행한 다윗이 하나님의 진노로 백성 7만 명을 잃어버리자 '굵은베를 입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대상 21:16)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예루살렘마저 진멸하러 칼을 빼 들고 오르난의 타작마당에 내려온 천사 앞에서 다윗은 엎드려 여호와의 긍휼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다윗은 그의 회개를 받으신 하나님을 만난다.

역대상은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기 위해 다윗을 충동한 데서 인구 조사가 비롯된 것이라고 소개하며 다른 해석의 여지를 처음부터 제거한다(21:1). 그렇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인구 조사가 왜 잘못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역대기가 어떤 책인가? 족보가 기록된 책이 아닌가? 인구 조사 결과를 정리해 놓은 책이 아닌가 말이다. 민수기는 또 어떠한가? 왜 다윗의 인구 조사만 문제가 되는가?

다윗이 인구 조사를 하게 된 동기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21장 바로 앞의 사건들을 보면 그 정황이 짐작된다. 에돔, 모압, 암몬, 그리고 블레셋까지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주변 국가들은 20장을 기점으로 모두 패전국이 되었다. 마치 후대의 느부갓네살왕처럼,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처럼, 다윗은 자신의 정복지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인구 조사를 명령했을 것이다. 지상에서 최고의 인간 왕이 된 다윗은 이제 온 우주의 왕이신 하나님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계수해 소위 '다윗 왕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역대상이 보여 주는 역설의 힘

오르난 타작마당은 진노 가운데 다시 하나님 임재를 경험하는 곳이요,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는 곳이다.

밧세바 사건을 가리고 왕자의 난을 덮은 역대상이 인구 조사 이야기는 심각하게 다루는 것을 보며, 우리는 역대상의 의도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역대상이 보여 주는 역설의 신학이 드러난다. 오르난 타작마당의 다윗을 이해하는 것이 역대상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여호와의 언약궤가 안식을 취할 곳, 즉 미래의 성전 터는 역설적이게도 다윗이 크게 죄를 짓고 여호와의 진노 가운데 절망하던 그곳이었다. 잘나가던 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이 타작마당이, 다윗 자신의 잘못으로 백성이 눈앞에서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바로 그때에 오롯이 드러난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 터가 정해진 배경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오르난 타작마당의 사연을 말해야 하고, 그때마다 다윗의 이 치부는 계속 이야기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대상이 보여 주는 역설의 힘이다. 진노 가운데에도 은혜를 부어 주러 오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역대상의 구조는 흥미롭다. 오르난 타작마당에 엎드린 다윗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앞에는 다윗의 선조들을(과거), 중간에는 그의 동지들을(현재), 그리고 뒤로는 다윗이 임명한 차세대 일꾼들을(미래) 배치한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형통의 길을 걸었던 다윗을 그리는 역대상에, 이스라엘 역사에 치명타를 입힌 후 오르난 타작마당에 엎드린 다윗의 이야기는 옥의 티일까? 아니면 불순물을 다 제거한 뒤에 빛나는 보석일까?

 

 

출처 : 생명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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