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법과 공동체의 평안
[출애굽기 22장 1절~15절]
1절 - 사람이 소나 양을 도둑질하여 잡거나 팔면 그는 소 한 마리에 소 다섯 마리로 갚고 양 한 마리에 양 네 마리로 갚을지니라
2절 - 도둑이 뚫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를 쳐죽이면 피 흘린 죄가 없으나
3절 - 해 돋은 후에는 피 흘린 죄가 있으리라 도둑은 반드시 배상할 것이나 배상할 것이 없으면 그 몸을 팔아 그 도둑질한 것을 배상할 것이요
4절 - 도둑질한 것이 살아 그의 손에 있으면 소나 나귀나 양을 막론하고 갑절을 배상할지니라
5절 - 사람이 밭에서나 포도원에서 짐승을 먹이다가 자기의 짐승을 놓아 남의 밭에서 먹게 하면 자기 밭의 가장 좋은 것과 자기 포도원의 가장 좋은 것으로 배상할지니라
6절 - 불이 나서 가시나무에 댕겨 낟가리나 거두지 못한 곡식이나 밭을 태우면 불 놓은 자가 반드시 배상할지니라
7절 - 사람이 돈이나 물품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그 이웃 집에서 도둑을 맞았는데 그 도둑이 잡히면 갑절을 배상할 것이요
8절 - 도둑이 잡히지 아니하면 그 집 주인이 재판장 앞에 가서 자기가 그 이웃의 물품에 손 댄 여부의 조사를 받을 것이며
9절 - 어떤 잃은 물건 즉 소나 나귀나 양이나 의복이나 또는 다른 잃은 물건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이것이 그것이라 하면 양편이 재판장 앞에 나아갈 것이요 재판장이 죄 있다고 하는 자가 그 상대편에게 갑절을 배상할지니라
10절 - 사람이 나귀나 소나 양이나 다른 짐승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죽거나 상하거나 끌려가도 본 사람이 없으면
11절 - 두 사람 사이에 맡은 자가 이웃의 것에 손을 대지 아니하였다고 여호와께 맹세할 것이요 그 임자는 그대로 믿을 것이며 그 사람은 배상하지 아니하려니와
12절 - 만일 자기에게서 도둑 맞았으면 그 임자에게 배상할 것이며
13절 - 만일 찢겼으면 그것을 가져다가 증언할 것이요 그 찢긴 것에 대하여 배상하지 아니할지니라
14절 - 만일 이웃에게 빌려온 것이 그 임자가 함께 있지 아니할 때에 상하거나 죽으면 반드시 배상하려니와
15절 - 그 임자가 그것과 함께 있었으면 배상하지 아니할지니라 만일 세 낸 것이면 세로 족하니라
[배경 이해하기]
출애굽기 21:33~22:17절은 재산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 대한 배상법을 다룹니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가 다른 타인의 소를 받아 죽일 경우, 타인의 짐승을 도둑질했을 경우, 자신의 부주의로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거나 이웃이 맡긴 기탁물을 도난당한 경우, 이웃에게서 빌려 온 물건이 손상됐을 때 책임 소재와 배상에 관한 규례와 처녀를 범한 자에 대한 규례에 대해 다룹니다. 특별히 처녀를 범한 자에 대한 규례는 사람과 관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다루는 이유는 고대 근동 사회에서 여자는 일종의 재산과 같이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 같은 배상법 규례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이웃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 기준을 제시함으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분쟁이 생기고 신뢰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배상법을 주시는 최종 목적은 공동체의 평안을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이 하나님의 법 안에서 온전한 평안을 누리기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규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손해 배상의 방법을 아는 것 이전에 공동체의 평안을 위한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발견해야 합니다.
[관찰과 묵상]
1. 어떤 사람이 소나 양을 도둑질한 후 그것을 잡거나 팔면 몇 배로 갚아야 하나요?(1절)
소를 도둑질하였을 때는 소 한 마리에 다섯 마리로 갚고, 양 한 마리에는 양 네 마리로 갚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배상법의 원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으라’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lex talionis)에 기준합니다(21:22~27). 그런데 22장 1절의 배상법은 동배보복법에 비해 상당히 무겁고 혹독한 규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거운 배상 원칙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재산을 훔치는 도둑질을 하나님이 매우 심각한 범죄로 여기시고 엄중히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도둑질한 자는 피해 당한 이웃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배상과 함께 정신적인 피해까지 감안해 그 마음에 위로가 될 정도로 흡족한 배상(4~5배)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와 양의 배상법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양은 몸집이 작고 온순한 짐승이므로 양을 도둑질하는 것보다 몸집이 크고 거칠기까지 한 소를 도둑질할 때 치밀함과 대담성이 요청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양보다 소를 훔친 자가 훨씬 더 계획적이고 악하기 때문에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로 보아서도 소가 양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나가기 때문에 형벌도 가중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법은 헤아릴 수 없이 세밀하고,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으며, 평안을 누리는 지혜로운 법입니다(롬 11:33~36).
적용과 나눔
내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거나 누군가 내게 손해를 끼쳤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때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배상법은 죄를 범한 자를 심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보복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습니다. 즉 하나님 사랑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동해보복법 정신은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사랑과 용서의 법으로 승화되었습니다(마 5:38~44). 예수님은 동일한 형태의 형벌을 가하는 것보다 범죄자들에게 더 큰 용서와 사랑을 베푸는 것이 죄를 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죄에서 돌이키게 하여 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죄를 범한 자들을 대할 때 미움과 분노가 아닌 사랑과 용서로 대해야 합니다. 그러할 때 그 공동체 안에 하나님의 평안이 임합니다. 오늘 본문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갚다’, ‘배상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 ‘살람’입니다. 이 단어는 ‘평화’를 상징하는 ‘샬롬’에서 유래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이 주신 배상법의 목적은 공동체 모두가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누리는 것입니다.
2. 잃은 물건에 대한 시비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자신이 맡아 주던 이웃의 가축에 문제가 생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9~13절)
잃은 물건에 대한 시비는 재판장 앞에서 판결을 받습니다. 맡아 주던 이웃의 가축이 죽거나 상하거나 사라진 경우, 가축을 맡은 자가 손대지 않았다고 여호와께 맹세하면 배상을 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배상법은 죄인들에 대해 분명한 배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죄를 짓지 않은 자를 함부로 의심하거나 제소하는 무고죄에 대해서도 동일한 배상을 요구합니다. 만약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시비가 발생하면 ‘재판장 앞에 가서’ 그의 판결에 따라야 합니다(9절). 헬라어 구약 번역본인 70인역과 다수의 영어 번역은 ‘재판장’을 ‘그 하나님’으로 번역했습니다. 본문의 문맥을 볼 때 여기에서의 재판장은 최고의 재판관이시며 공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권위를 힘입은 재판관’입니다. 이때 의심받는 자는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결코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고 맹세하면,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11절). 도적질한 자가 자신이 죄가 없다고 거짓 맹세하면 그 죄에서 놓임받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불꽃같은 눈으로 인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려다보시기 때문에, 그 맹세가 거짓이라면 하나님이 죄를 범한 자를 친히 판단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수 7:1~26). 하나님은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고발해서 그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죄와 이웃의 물건을 훔쳐 손해를 입히는 죄를 똑같이 악하게 판단하십니다. 본문에서 사람의 마음이 억울함을 당하는 일까지 세밀히 살피고 계시는 하나님의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적용과 나눔
억울함을 당할 때 하나님께 어떤 기도를 드리나요? 내가 누군가를 억울하게 하면 그는 하나님께 어떤 기도를 드릴까요?
죄 없는 이웃을 무고하는 것은 도적질하는 것과 같은 큰 죄입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자에게 ‘그 상대편에게 갑절을 배상하라’고 말씀하십니다(9절).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둑질은 큰 죄로 알면서도 이웃에 대해 무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같은 성도들끼리 서로 시기하고 모함하여 좋지 않는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깁니다. 하나님은 그와 같은 죄는 도둑질한 것과 같은 심각한 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웃과 성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모함할 수 있다면 즉시 멈춰야 합니다. 진심으로 모든 말과 행동에 주의하고, 이웃을 모함하는 일을 피함으로 하나님의 엄중한 징계를 피하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 하나님의 법에는 공의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동해보복법에 기초한 배상법에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까지 고려하시는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납니다. 반면 무고를 당해 재판받게 된 이들에게는 피할 길을 알려 주시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택하신 백성에게 완전한 재판을 통해 공의와 사랑을 베푸십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법을 사랑하고 따르는 백성은 큰 평안을 누립니다. “주의 법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니 그들에게 장애물이 없으리이다”(시 119:165). 하나님은 그분의 법을 통해 우리에게 하늘 평안을 선물하십니다.
[말씀으로 기도하기]
인생의 복잡한 문제를 공의와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삶의 기준이 되는 말씀을 늘 가까이해 주님의 용서와 사랑의 법으로 이웃을 대하며 참평안을 누리게 하소서.
출처 : 생명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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