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사랑을 의지하라
[시편 13편 1절~6절]
1절 -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서 어느 때까지 숨기시겠나이까
2절 - 나의 영혼이 번민하고 종일토록 마음에 근심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오며 내 원수가 나를 치며 자랑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리이까
3절 -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나를 생각하사 응답하시고 나의 눈을 밝히소서 두렵건대 내가 사망의 잠을 잘까 하오며
4절 - 두렵건대 나의 원수가 이르기를 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 하오며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하나이다
5절 -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
6절 -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이는 주께서 내게 은덕을 베푸심이로다
[배경 이해하기]
본문에는 전형적인 탄식의 표현인 ‘어느 때까지니이까(How long)?’가 네 번이나 등장합니다. 이는 시편 기자의 답답하고 절박한 상황과 그의 탄식에 대한 하나님의 침묵이 얼마나 길었는지 보여 줍니다. 이 시의 저작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다윗이 사울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니던 시기로 추정합니다. 본문은 비탄시의 전형적인 형식(절규와 탄식, 간구와 호소, 확신과 찬양)을 띱니다. 1~2절에는 대적들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처한 시편 기자의 절규가, 3~4절에는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하는 간구가 나옵니다. 마지막 5~6절에는 자신의 간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하는 찬양이 나옵니다. 시편 기자는 각 형식에서 자신이 느끼는 하나님을 다르게 선포합니다. 1~2절에서는 얼굴을 ‘숨기시는 하나님’, 3~4절에서는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시는 ‘여호와 하나님’, 5~6절에서는 인자하심으로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선포합니다. 또한 본문은 구원의 확신을 갖기 전(1~2절)과 가진 후(5~6절)의 대조적인 상황을 통해 성도들이 경험하는 절망과 고난의 극복 과정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을 연단하기 위해 종종 고통에 침묵하시지만, 결국 환난에서 건지시고 정금처럼 나오게 하십니다. 따라서 고난과 절망의 순간에도 끝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고 그분만을 의지해야 합니다.
[관찰과 묵상]
1. 고난을 겪고 있는 시편 기자는 하나님을 향해 무엇이라고 호소하나요?(1절)
시편 기자는 주님이 그를 잊으셨고, 또 자기에게서 그분의 얼굴을 숨기신다고 호소합니다.
시편 기자는 극심한 고난을 겪는 상황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얼굴을 숨기시는 하나님’으로 노래합니다. 그에게 하나님은 마치 얼굴을 숨기시는 것처럼 그의 고통을 외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1절에서 ‘숨기시겠나이까’에 사용된 히브리어 ‘싸타르’의 시제는 사역 또는 미완료형(타쓰티르)입니다. 이 동사가 사역형으로 쓰일 때는 ‘덮어서 가리우다’라는 의미이며, 미완료형으로 쓰일 때는 계속 하나님을 찾지만 여전히 얼굴을 숨기고 계심을 의미합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시편 기자는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민 6:25)라는 아론의 축도를 묵상하며 하나님의 얼굴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주의 얼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파네카’는 하나님의 ‘은혜’, ‘사랑’, ‘영광스러운 임재’를 상징합니다. 즉, 여호와의 영광이 비치면 어둠이 물러가고, 고통받는 의인이 높임을 받게 될 것을 소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침묵하시고 숨어 계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당혹스러워하는 시편 기자의 마음이 2절에 두 단어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 단어는 ‘번민’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차’로 ‘충고하다’, ‘의논하다’라는 뜻입니다. 시편 기자가 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없이 홀로 고통을 끌어안으며 외로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단어는 ‘나를 치며’인데, ‘나를 대항해서’ 또는 ‘내 위에서’라는 뜻입니다. 시편 기자가 자신을 괴롭히던 원수가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매우 극심한 고통 가운데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적용과 나눔
극심한 고난을 겪고 있거나 간절히 기도해도 하나님의 응답이 늦어질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우리는 종종 시편 기자처럼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에 침묵하시는 것 같은 경험을 합니다. 때로는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이 더딘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지내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고난의 시간을 통해서도 우리를 향한 목적을 이루십니다(고후 4:17). 우리의 믿음을 정금처럼 연단시키십니다. 처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의 모습은 죄로 오염되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 수 없었습니다. 금광에서 금광석을 캤다고 바로 금이 되지는 않습니다. 뜨거운 용광로에서 불순물이 제거되어야 비로소 순결한 금이 되는 것처럼, 죄로 가득한 우리도 고난의 용광로에서 정결하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다윗도 사울에게 쫓기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왕으로 준비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시고 침묵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낙심하지 않을 이유는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성도로 세워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벧전 5:10). 이유 없는 고난, 대가 없는 고난은 없습니다.
2. 고난 속에서 인내하던 시편 기자는 하나님을 향해 어떤 고백을 하나요?(5절)
시편 기자는 사랑의 하나님을 의지하고 구원의 하나님을 기뻐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시편 기자는 고난에 처한 자신의 상황을 가감 없이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그는 ‘사망의 잠을 잘까’ 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고백합니다(3절). ‘사망의 잠’은 육체적 죽음뿐만 아니라 영적 죽음까지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이 고백은 강하신 하나님께 자신의 연약함을 온전히 맡기며 자신의 굳은 의지를 표현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4절의 “나의 원수가…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라는 표현도 원수의 교만에 대해 공의의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는 기도입니다. 이처럼 시편 기자는 신실하게 약속을 지키시고 구원하실 하나님을 끝까지 의지하며 고난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구원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5절의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에서 완료 시제로 사용된 히브리어 동사 ‘의지하였다’는 지난날 수많은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했음을 나타냅니다. 시편 기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을 소망하며 기뻐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에서 ‘기뻐하다’는 원어에서 미완료 시제로 사용되는데, 이는 시편 기자의 기쁨이 미래에도 계속되리라는 선포입니다. 시편 기자는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며 기도로 인내했고, 미래에 임할 하나님의 구원을 현재로 가져오는 선취적 신앙을 얻게 되었습니다.
적용과 나눔
고난 속에서 나의 시선을 주권자 되신 하나님께 돌릴 방법은 무엇인가요?
고난 속에서 시편 기자는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연약함을 아뢰며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위대하고 강하신 하나님께 시선을 두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육체의 가시를 두고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순종해 자신의 약한 것을 오히려 자랑하기로 결심합니다. 우리도 고난 가운데 있을 때 연약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온전히 아뢰어야 합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우리에게 임재하시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편 기자처럼 고난 속에서 구원의 하나님을 기뻐하고 찬양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고난 중에도 낙심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찬양을 더욱 기뻐하십니다.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4:13).
*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을 고난의 용광로를 통해 순금과 같이 단련하십니다. 때로는 백성의 신음에 침묵하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택하신 백성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끝까지 돌보십니다. 다윗은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얼굴을 숨기시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며, 신실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의지해 구원의 기쁨을 선포했습니다. 성도는 고난 중에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찬양해야 합니다. 사망이나 깊음이나 어떤 극심한 고난도 우리를 신실하신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롬 8:39).
[말씀으로 기도하기]
고난이 닥칠 때 하나님의 연단임을 깨닫고, 주님만 바라보며 깨어 기도하게 하소서. 저를 순금같이 단련하시고,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게 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기쁨으로 찬양하게 하소서.
출처 : 생명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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