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③
로마를 향하여
이방인의 사도, 바울은 묵묵히 자신을 운명을 헤쳐 나간다. 예수님처럼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로 잡히고 유대인 공회와 로마 총독들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 결박과 처형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도 재판은 진행되고, 바울은 로마 황제 앞에 서기 위해 로마로 향한다. 그 여정에서 풍랑을 만나 또 한 번 죽음의 위기를 넘긴다. 바울은 로마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전파한다.
3차 전도 여행 마무리, 예루살렘으로 가는 바울 (21:1~16)
바울 일행은 고스, 로도, 바다라를 거쳐 두로에 상륙한다. 이곳의 제자들도 성령을 통해 바울에게 일어날 시련을 알고 바울의 예루살렘행을 만류한다. 하지만 바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눈물의 기도로 바울을 송별한다. 일행은 돌레마이를 거쳐 가이사랴에 이른다. 초대교회의 일곱 집사 중 하나인 빌립의 집에 머무는데 유대에서 아가보라는 선지자가 내려와 바울의 미래를 예언한다. 이를 듣고 사람들이 바울에게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라고 권하지만, 이번에도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했다며 권함을 받지 않는다.
성난 무리에게 변론하는 바울 (21:17~22:23)
바울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교회는 해묵은 논쟁을 재연한다. 여전히 할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방인을 위한 바울의 사역을 과소평가한다. 바울은 자신이 분파주의자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정결 의식에 참여한다. 이방 땅에서 많은 업적을 이룬 바울이었지만 예루살렘에서는 자신을 변명하는 데도 힘이 부친다. 결국 바울은 분파주의자라는 자신의 평판을 뒤집지 못한다. 게다가 바울은 성전에 이방인을 데리고 들어갔다는 모함을 받아 고발당한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소동을 일으킨 것은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온 유대인들이었다(21:27). 이들은 바울이 이방인 드로비모를 성전으로 데리고 들어갔다고 고소한다. 이는 유대교 율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방인들은 성전에서 이방인의 뜰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은 억울하게 오해받고 로마 군병에게 체포되지만 군중에게 변론할 기회를 얻는다.
로마 시민권 (22:24~29)
당시 로마 시민이 누린 특권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로마 시민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단한 특권을 누린 것만은 분명하다. 로마 시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었고, 로마 시민에게는 함부로 매질할 수도 없었다. 로마의 채찍은 잔혹하고 야만적인 도구다. 채찍질을 당해 평생 불구가 되기도 했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는 자국 시민에게는 채찍질을 가하지 않았다. 로마 본토가 아닌 속주에서 로마 시민권을 소유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바울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여러 추측이 있다. 바울은 로마 시민의 권한을 잘 알고 있었고, 복음 전하는 일에 이 권리를 사용한다.
공회의 심문과 가이사랴 이송 (22:30~23:35)
공회 앞에 선 바울은 큰 실수를 저지른다. 대제사장을 몰라본 것이다. 이 때문에 바울의 시력이 약하다는 추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본문의 의도는 조금 더 냉소적인 듯하다. 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대제사장이 위엄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판이 시작되자 바울은 모인 사람들을 선동한다. 자신은 죽은 사람의 부활을 믿는 바리새인이라서 핍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바울의 예상대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은 부활의 믿음을 두고 양편으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하고 재판은 연기된다. 바울을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일단의 유대인들은 암살하려는 음모를 세운다. 이를 바울의 조카가 듣고 일러 주고, 바울은 기지를 발휘해 이 음모를 피한다. 음모를 들은 천부장은 한밤중에 유대인 모르게 바울을 가이사랴로 압송한다.
가이사랴 심문 (24:1~26:32)
바울이 왜 로마 제국의 심장을 목표로 삼았는지는 분명하다. 예루살렘은 지나가는 곳이었고, 바울은 로마에 복음을 전하고자 했다. 가이사랴는 로마의 총독관이 있는 곳으로 빌라도의 후임인 벨릭스가 총독으로 있었다. 바울은 가이사랴에서 2년을 보내며 세 번 증언할 기회를 얻는다. 첫 번째는 벨릭스 앞에서(24:10~23), 두 번째는 벨릭스의 후임 베스도 앞에서(25:6~12), 세 번째는 베스도와 아그립바 왕과 베니게 앞에서 였다(26:1~32). 바울의 마지막 변론이 끝나자 사람들은 바울이 사형이나 결박당할 만한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는 데 합의한다. 하지만 바울은 가이사에게 상소한다. 바울은 결박당한 것 말고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이 되기를 바란다고 담대히 말한다.
로마로 가다 파선당함 (27:1~44)
바울이 로마에 이르는 항로는 세 가지로 간추려진다. 가이사랴에서 무라, 무라에서 멜리데, 멜리데에서 보디올(오늘날의 나폴리 만)로 가는 길이다. 다른 때라면 상당히 빠른 경로였겠지만, 이때는 동절기(11월 중순~3월 초순경)로 항해하기에는 위험한 시기였다. 당시 교통 여건을 보면 도보로는 하루에 25킬로미터, 말은 50킬로미터를 갈 수 있지만, 배는 순풍을 받기만 하면 170킬로미터나 갈 수 있었다. 일행은 무리에서 곡물을 실은 알렉산드리아 배에 오른다. 말을 잔뜩 실은 배는 매우 더뎠다. 바울은 이 항해가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니 미항에서 겨울을 지낸 후에 떠나자고 권하지만, 선장과 선주는 속히 로마에 가고자 했다. 백부장도 이들의 말을 따랐다. 결국 그레데 해변을 끼고 항해하다 광풍 유라굴로를 만나 모든 짐과 기구를 내버리고 풍랑 가운데 구원의 소망도 없이 헤매게 된다. 14일이 지나고서야 멜리데 섬을 발견해 276명 모두 목숨을 건진다. 사도행전 저자는 전직 선원이 아닌가 할 정도로 난파선의 모험을 자세히 전한다.
바울의 로마 여행
멜리데의 기적 (28:1~10)
바울과 일행은 멜리데 섬에 도착한다. 북아프리카 지중해에 있는 오늘날 몰타 섬이다. 바울은 독사에 물려도 전혀 상하지 않아 원주민들을 놀라게 한다. 게다가 섬의 유력자인 보블리오 부친에게 안수해 병을 고치고 다른 병자들도 고쳐주어 후한 예로 대접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바울은 극한 상황에 처했어도 평온함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인정받는다.
로마에 당도한 바울 (28:11~29)
로마에서 바울은 가택 연금을 당한다. 비록 연금 상태긴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설교하고 글을 쓰고 사색하는 등 어느 정도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무엇보다 바울은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와 예수'에 대해 쉬지 않고 전했다. 예수님의 메시아요, 그리스도이심을 전파했다. 먼저 로마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선지자 이사야 말대로 이 백성이 도무지 깨닫지 못함(사 6:9~10)을 발견한다. 로마에서도 바울은 하나님의 구원이 이방인에게 보내짐을 알게 된다.
결말 (28:30~31)
사도행전은 갑작스럽게 끝난다.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 총독 앞 재판 과정(24~26장)과 비교해 보면 최후 상소 결과가 소개되지 않은 게 이상해 보인다. 결과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저자가 그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현실성 있는 이유다. 바울의 상소는 가볍게 기각되었을 수 있다. 물론 바울은 2년이나 셋집에 묶여 있었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은 로마에 더욱 전파되었다.
사도행전 당시의 로마
신약 시대 로마 제국의 중심으로 황제가 살고 있으며, 상당히 국제적인 도시였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당연히 온갖 종교가 범람했다. 인구는 대략 4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두 배, 예루살렘보다 열 배나 큰 규모였다. 그래서 로마에 처음 온 사람은 누구나 그 드넓은 모습에 기가 질렸을 것이다. 이 도시에는 50년경부터 유대인이 들어와 살았다. 그들은 비교적 가난한 지역에 정착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로마는 유대인을 용인했지만, 49년 클라우디우스(글라우디오) 황제 치하에서 유대인이 추방되기도 했다. 이 일은 유대인이 늘 분란을 겪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즉, 로마에서도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사이에 분쟁이 있었던 것이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이때 추방되었을 것이다(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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