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의와 하나님의 진노
[로마서 1장 18절~25절]
18절 - 하나님의 진노가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모든 경건하지 않음과 불의에 대하여 하늘로부터 나타나나니
19절 -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20절 -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21절 -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
22절 -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어리석게 되어
23절 -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24절 -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버려 두사 그들의 몸을 서로 욕되게 하게 하셨으니
25절 -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아멘
[배경 이해하기]
사도 바울은 전 세계를 정복하고 가장 강력한 나라를 이룬 로마인들 앞에서 복음의 핵심인 ‘하나님의 의’(the righteousness of God)에 대해 설명합니다. 당시 로마는 지중해 국가 대부분을 복속시킨, 고도로 문명화된 나라였습니다. 이 같은 로마 제국인들에게 속국에 불과한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복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치스럽고 화려한 문화에 눈이 익은 로마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바울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심각한 상황을 현미경처럼 보여 줍니다. 바울은 하나님을 떠난 인류의 전적인 타락과 부패(the total depravity)의 본성을 18~32절에서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죄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까닭은, 인간의 내면은 하나님 없는 죄의 실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만물 안에 계시된 참된 복음의 능력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의 복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인간의 죄성(sinful nature)을 1:18~3:20절에서 논증하고 난 뒤 인간의 불의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란 무엇이며, 진노의 원인과 결과는 어떠한지 순차적으로 밝힙니다. 몸이 아픈 환자가 의사 앞에서 검진을 받듯이, 죄인은 정직하고 정확하게 자기 영혼의 상태를 이해해야만 영혼을 잠식한 병을 치유하고 복음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찰과 묵상]
1. 바울은 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고 역설하나요?(19~20절)
하나님을 알 만한 것들이 피조물 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창조된 세계 안에, 곧 온 우주 만물 안에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분명히 드러내셨습니다.
바울은 복음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17절). 그러나 인간은 불경건과 불의한 행동들에 의해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이러한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진노가 임합니다. ‘진노’란 헬라어로 ovrgh,오르게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성품과 상반되는 세상의 불의와 악에 대한 그분의 반응’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하나님의 진노가 마지막 심판의 때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바울은 현재 시제를 사용해 지금 진노가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먼저 하나님의 진노를 받는 사람은 ‘불경건’한 사람입니다(18절). 불경건으로 번역된 헬라어 avse,beia아세베이아는 하나님을 부정하고 그분께 불순종하는 태도와 성품을 의미합니다. 다음은 ‘불의’한 사람입니다. 불의는 헬라어로 avdiki,a아디키아인데, 의에서 벗어난 사악하고 무법한 행동을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바울이 볼 때 하나님의 진노가 발생하는 궁극적 이유는 눈에 보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려는 불경건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는 자들이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은,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피조 세계에서 볼 수 있음에도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의도적으로 부인하기 때문입니다.
적용과 나눔
오늘날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이성 중심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영원과 믿음의 세계입니다. 이 두 세계는 대립적이고 모순된 것처럼 보이나 모두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에 해당합니다. 아담의 원죄 이후 인간은 눈에 보이고 이성으로 이해되는 것만을 믿으며, 믿음의 세계를 무시하거나 이성의 세계에서 분리하려 했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자들더러 스스로 지혜로운 자로 여기나 우둔한 자라고 말합니다(22절). 이들이 그릇되게 행동하는 이유는 인간이 이성의 세계를 우상시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마음에 두려 하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에 보이는 세계 안에 보이는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이사야는 보기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듣지 못하는 자와 같다고 말합니다(사 6:9~10). 예수님도 나면서부터 눈먼 자를 고치시며, 눈먼 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나 눈멀지 않은 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못 보는 역설(paradox)을 말씀하십니다(요 9장).
2. 하나님을 알되 섬기지 않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어떻게 나타나나요?(21 ~25절)
바울은 하나님을 거부하는 자들은 우상 숭배와 육체적 타락에 빠져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과 바꾸고 창조주 대신 피조물을 섬기게 된다고 말합니다.
바울은 18절 이후 하나님을 떠나 죄에 빠진 사람들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들은 피조 세계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에 대해 알 수 있음에도 그분께 합당한 영광과 감사를 돌리지 않아 생각이 허망해지고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허무하고 지각없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영과 혼과 육이 타락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과 믿음의 세계를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즉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진 사람은 영적으로 타락하게 되고(21~22절), 영적 타락은 우상 숭배로 이어집니다(23, 25절). 그리고 인간의 우상 숭배(탐심)는 비도덕적이고 육체적인 타락으로 귀결됩니다(24절; 골 3:5). 회개할 기회를 주셨는데도 진리를 마음에 두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진노는, 그들이 마음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시는 것입니다. ‘내버려 두는 것’은 ‘포기하는 것’(abandon, give up)으로, 하나님은 그들을 포기하심으로 결국 심판의 진노에 이르게 하십니다.
적용과 나눔
하나님을 떠난다면 자신 혹은 사회가 어떤 죄악에 침식당할지 함께 나누어 보세요.
바울은 하나님을 떠난 사람은 영적, 종교적, 육체적으로 타락하며, 상실감으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전적으로 타락하고 부패해, 극도의 공허감과 무의미감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영혼, 믿음, 절대적 사랑의 세계를 거부하고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일시적인 만족을 주는 것들을 좇습니다. ‘중독’, ‘쾌락’, ‘성적 타락’, ‘탐욕’, ‘물질’, ‘성공’, ‘헛된 이념과 사상’, ‘지식’ 등 대체제를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포장합니다. 결국 이렇게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팀 켈러의 말처럼 ‘나를 만든 신’을 찾지 않고 ‘내가 만든 신’을 추구하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참된 만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진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내면에 숨어 있던 죄악이 때가 되면 봇물처럼 터져 나와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권위를 거부하며 살아가게 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과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는 복음 안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구원의 능력을 누립니다.
*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피조 세계에 그분의 신성과 영광을 계시하셨습니다. 만물은 하나님의 권위와 창조 질서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타락 이후 인류는 하나님을 거부하며 부패한 본성대로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을 거부하고 떠난 사람은 하나님과 원수가 됩니다. 하나님이 회개할 기회를 주셨음에도 돌이키지 않는 자들은 그분의 ‘내버려 두심’으로 심판받습니다. 한편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게 하셨고, 구원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어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나님을 떠난 죄인임을 인식하고 주님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합니다.
[말씀으로 기도하기]
의로우신 하나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섭이라 착각해 죄의 길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을 회개합니다. 죄의 자리에서 돌이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출처 : 생명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