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민수기 22장 31절~40절]
31절 - 그 때에 여호와께서 발람의 눈을 밝히시매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칼을 빼들고 길에 선 것을 그가 보고 머리를 숙이고 엎드리니
32절 - 여호와의 사자가 그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네 나귀를 이같이 세 번 때렸느냐 보라 내 앞에서 네 길이 사악하므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
33절 - 나귀가 나를 보고 이같이 세 번을 돌이켜 내 앞에서 피하였느니라 나귀가 만일 돌이켜 나를 피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
34절 - 발람이 여호와의 사자에게 말하되 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당신이 나를 막으려고 길에 서신 줄을 내가 알지 못하였나이다 당신이 이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면 나는 돌아가겠나이다
35절 - 여호와의 사자가 발람에게 이르되 그 사람들과 함께 가라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말할지니라 발람이 발락의 고관들과 함께 가니라
36절 - 발락은 발람이 온다 함을 듣고 모압 변경의 끝 아르논 가에 있는 성읍까지 가서 그를 영접하고
37절 - 발락은 발람에게 이르되 내가 특별히 사람을 보내어 그대를 부르지 아니하였느냐 그대가 어찌 내게 오지 아니하였느냐 내가 어찌 그대를 높여 존귀하게 하지 못하겠느냐
38절 - 발람이 발락에게 이르되 내가 오기는 하였으나 무엇을 말할 능력이 있으리이까 하나님이 내 입에 주시는 말씀 그것을 말할 뿐이니이다
39절 - 발람이 발락과 동행하여 기럇후솟에 이르러서는
40절 - 발락이 소와 양을 잡아 발람과 그와 함께 한 고관들을 대접하였더라
[배경 이해하기]
모압 평지는 요단 동편에 위치한 약 20킬로미터 너비의 광활한 초원 지대입니다. 이스라엘은 가데스 바네아에서의 불순종 이후 38년간 광야에서 방황했고, 이 기간에 출애굽 1세대가 가나안 땅을 밟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리고 38년 만에 다시 가데스를 거쳐 호르마와 모압의 여러 지역을 거쳐 가나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에게 그들의 땅을 지나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들이 거절하며 싸우려 하자 이스라엘은 이들과 싸워 이기고 그 땅을 정복합니다. 이스라엘이 승리했다는 소문이 모압 왕 발락에게 들렸습니다. 발락이라는 이름은 ‘침략자’, ‘약탈자’라는 뜻으로, 이름 자체만 보더라도 주변을 위협하는 강한 왕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락은 하나님이 함께하는 이스라엘을 두려워해 유목민들의 생태를 잘 아는 미디안 장로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모압의 장로들과 미디안의 장로들에게 복채를 들려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위치한 교통과 무역의 요충지였던 브돌에 살고 있는 점술가 브올의 아들 발람을 찾아갔습니다. 발람은 하나님의 음성을 분명히 들었음에도 재물에 대한 탐욕을 이기지 못해 장로들을 따라갑니다. 신약성경은 발람의 행위를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미혹되어 행한 미친 행동이라 말하며(벧후 2:15~16), 또 삯을 위해 행한 어그러진 길(유 11)이라 표현합니다.
[관찰과 묵상]
1. 여호와의 사자는 발람에게 뭐라고 말하나요?(31~33절) 이스라엘에 대한 저주를 막으시는 장면에서 하나님의 어떤 마음이 느껴지나요?
“내 앞에서 네 길이 사악하므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라고 말씀합니다. 나귀가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피하지 않았다면 발람은 죽었을 것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을 보호하시고 복 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잘 드러냅니다.
발람은 탐욕이 강한 자였고, 쉽게 교만에 빠지고 분노하는 다혈질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교만과 분노와 다혈질 성품은 평생 타던 나귀에게 행한 모습에서 나타납니다. 나귀는 칼을 빼어 손에 들고 있는 무시무시한 여호와의 사자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발람은 영의 눈이 어두워 여호와의 사자를 보지 못했고, 하나님은 말 못 하는 나귀의 입을 열어 발람을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그때 발람의 눈도 밝히셔서 손에 칼을 든 여호와의 사자를 보게 하셨습니다. 여호와의 사자는 “내 앞에서 네 길이 사악하므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발람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면서도, 재물과 명예에 눈이 어두워 두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사악한 길’(22:32), ‘어그러진 길’(유 11)이라 책망받습니다. 이런 자의 결국은 파멸입니다. 발람은 거짓 선지자의 표본입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 발람은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보다 재물과 명예욕에 연연해 말씀이 아닌 욕심을 따라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길을 선택합니다.
적용과 나눔
인생의 길이 막히거나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나요? 하나님 뜻을 분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하나님은 우리가 잘못된 길로 행할 때 그 길을 막으십니다. 발람이 어그러진 길로 행할 때 말 못 하는 나귀의 입을 빌려 그 길을 막으셨습니다(벧후 2:15~16). 다시스로 향하는 요나의 길도 막으셨습니다(욘 1~2장).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가는 사울의 길도 막으셨습니다(행 9:3~4). 하나님은 우리가 어그러진 길로 행하지 않도록 때로는 길을 막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길이 막힐 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지 못하고 발람처럼 분노해 자신의 나귀를 때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우리에게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하나님이 발람의 눈을 밝히신 후에야 그가 바르게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눈도 밝혀 주시기를 구해야 합니다. 막히고 풀리지 않는 길을 통해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신실하게 이루어 가십니다. 하나님의 막으심으로 발람은 여호와의 사자를 보았고 다시금 하나님 말씀에 순종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요나는 큰 물고기 배 속에서 회개하고 순종의 길을 갔으며, 사울은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습니다.
2. 발락 왕이 자신을 영접하러 오자, 발람은 그에게 뭐라고 말하나요?(38절) 발람이 어떻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발람은 발락 왕에게 “내가 오기는 하였으나 무엇을 말할 능력이 있으리이까 하나님이 내 입에 주시는 말씀 그것을 말할 뿐이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발람의 말 속에서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락은 모압 변경의 끝 아르논 가에 있는 성읍까지 직접 마중 나가서 발람을 최고로 접대하며 맞았습니다. 그리고 발람을 칭송하며, 그를 높였고 모든 것을 다 해 줄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렇게 해서 발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발람은 모압까지 오던 길에 있었던 사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에 칼을 빼들고 자신의 길을 막아선 여호와의 사자, 말 못 하는 나귀조차 보고 증거했던 여호와의 사자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나귀보다 못한 미련한 존재라는 것이 발람을 괴롭게 했을 것입니다. 모압에 와서 많은 재물과 큰 대접을 받고 즐기기를 원했던 발람이었지만, 당시는 어떤 것도 발람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평안하게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발람은 발락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오직 하나님이 자신의 입에 주시는 말씀만을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거짓 예언자’였던 발람에게 바른 예언을 행하도록 그 마음을 붙드신 것입니다.
적용과 나눔
내가 잘못된 말을 하지 않도록 성령께서 제어하신 경험이 있나요? 그리스도인의 언어생활은 어떠해야 할까요?
베드로는 그리스도인의 언어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줍니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하고”(벧전 4:11a). 그리스도인은 말을 할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해야 합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말하며, 감정에 조급해하지 말고 절제해야 합니다. 우리의 언어생활은 우리의 지식과 마음 상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식이 많을수록 우리는 이론적으로 필요한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 속에 교만이 담기고 거짓이 담길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타인에게 전달되면서 시기와 질투, 혹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잘 전달하는 사람은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 가운데 근본적 의미와 마음까지 전달합니다. 이를 위해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성경 본문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발견하고, 나 자신을 향한 뜻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평온한 일대일 대화를 통해, 때로는 하나님과의 격렬한 논쟁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속에 담긴 깊고 크신 사랑을 깨달아 하나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 하나님은 우리가 어그러진 길로 행하지 않도록 때로는 길을 막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영적으로 눈이 가려져 교만하게 행할 수 있고, 내 기준에 집착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하나님을 향해 “내 눈을 열어서 주의 율법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하소서”(시 119:18)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영적 눈이 밝아질 때,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참된 뜻을 발견하고 겸손하게 그분을 경배하게 됩니다. 또 우리는 언어생활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내 입에 주시는 말씀 그것을 말할 뿐이니이다”(38절)라는 발람의 고백이 매일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말씀으로 기도하기]
제 계획이 하나님 뜻에 합한지 묻는 것을 잊지 않게 하시고, 길이 막힐 때일수록 제 기준을 내려놓고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늘 성령 충만을 사모하게 하시고, 그 열매가 입술의 선한 말로 드러나게 하소서.
출처 : 생명의 삶